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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파파의 스노우볼

EP01. 더이상 배나온 아빠로 있을순 없다! (금강산도 다이어트 부터)

by summer papa 여름아빠 2021. 5. 12.


초등학교 4학년부터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해 고3 초반까지 날씬한 적이 없었기에 자신감도 없었고

짓궂은 친구들이 지어준 유쾌하지 않은 별명을
주렁주렁 매달고 살았다.

외부의 시선이 중요한 성장기의 장장 9년을 뚱뚱하게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은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과 소외감, 공허함이었다”

그리고 변화의 순간은 정말 놀랍도록 갑작스러웠다
매일 씻으며 보는 굴욕적이나 일상적인 몸과 얼굴을 그날은 더이상 봐주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딱 한달 하고 보름 정확히 12.5kg을 뺐고 9년간 이어오던 퉁퉁이의 삶을 청산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고 연이어 군에 입대하고 전역했을때
내 인생에 몸의 황금기를 맞이했었다

문명을 아신다면 연식을 가늠할수 있소


건강하고 단련된 몸은 항상 자신감있고 힘든일을 버틸수 있는 지구력을 선물했고 덤으로 정신력과 운동이라는 건강한 취미까지 선물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거라 자부했다

먹는걸 엄청 좋아하지만 운동으로 관리하던 나는 쉽게 살이 찌지 않았고 그래서 큰 무리없이 유지어터의 삶을 쭉 살아갈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최근 경천동지할 몸무게를 갱신하고 적잖게 당황했다

172센치가 조금 넘는 키로 90키로를 넘기는 자랑스럽지많은 않은 기록을 세운 것이다

36인치 바지가 맞지 않고 105 셔츠의 단추도 더이상 나의 웅장한 복압을 이기지 못하는 상태...

언제 이렇게 망가졌지 생각하면서 다시 느끼는건
떨어진 체력이 주는 무기력감과 약해진 정신력, 쉽게 지치는 체력 등이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육아에 참여하고 밀린 집안일까지 도맡아 했었다는 점
지겨울정도로 평이하지만 녹록하지 않는 삶의 압박이 안그래도 넘치는 식욕을 더 끌어올렸다는 점
육아와 씨름하면서 건강식을 해먹을 정신보단 아기를 재우고 내 뱃살과 친목도가 높은 야식과 늘 어울릴수 밖에 없었다는 점인데

맞다 쿨하게 인정한다 변명이다

응 그래 그냥 먹는게 좋아서 그랬엉


오늘은 그 때 약 15년전의 고등학교 기숙사 화장실 전신거울에서 만난 나를 거울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다

그때는 중3때부터 4년차 짝사랑한 그녀의 눈길을 돌리고 싶은 몸부림이었다면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제는 나만보면 신이나서 박수치고 달려드는 두살난 딸을 위한 몸부림이다

이 약해진 체력으로 무기력하게 아이를 보고 싶지 않고
이 못난 모습의 아빠로 아이에게 평생 기억되기 싫은 마음


지금보다 조금 더 고되고 조금더 배고프고
조금 더 힘들진 모르겠지만

그 조금의 불편함이 모여 좀더 멋지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생각해본다.

단순히 살을 뺀다 라는 개념보단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좀 더 멋진 아빠가 되기 뮈한 첫걸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나는 오늘 포스트잇에 글자를 끄적여 벽에 붙였다

“금강산도 다이어트 부터”